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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벌고 싶다”는 말의 무게 – 다시 보는 영화 〈돈〉

by pocket100 202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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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포스터

 

2019년 개봉한 영화 〈돈〉은 개봉 당시 깔끔한 연출과 리얼한 증권가 묘사로 관심을 받았지만, 2025년 지금 넷플릭스에 재등장하며 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빠른 성공, 쉽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에 따르는 위험과 책임. 이 영화는 단순히 주식 브로커의 성공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무심코 내뱉는 “돈 좀 벌고 싶다”는 말에 담긴 무게와 대가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돈〉은 화려한 금융 세계의 뒤편, 누구나 유혹당할 수밖에 없는 자본의 그림자 속에서 갈등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얼마면 흔들릴 수 있습니까?”

 

평범한 청년의 유혹과 추락

조일현(류준열)은 서울대 출신으로, 여의도의 대형 증권사에 어렵게 입사한 신입 브로커입니다. 하지만 입사 후 그를 기다리는 건 화려한 거래도, 돈도 아닌 냉혹한 현실뿐입니다. 실적 압박, 전화조차 받지 않는 고객, 경쟁자들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벅찹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체불명의 남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됩니다. 번호표는 일현에게 달콤한 제안을 건넵니다. “합법의 테두리를 아주 살짝만 벗어나면, 평범한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현은 처음에는 망설입니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더 이상 가난하고 무력한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그는 결국 번호표와 손을 잡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바뀝니다. 거액의 수수료, 상한가를 치는 종목, 고급차, 수십억 원대 계약. 모두가 그를 성공한 청년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부는 '불법적인 시세조종'과 '내부자 정보 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점점 일을 키워가던 일현 앞에 금융감독원 수사관 한지철(조우진)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일현은 더 이상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전면에 드러난 핵심 피의자가 되어버리고, 그의 삶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욕망의 속도와 윤리의 무게

〈돈〉의 강점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현실감 넘치는 대사, 그리고 실제 금융 범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금융 범죄극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조일현은 악인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평범하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청년입니다. 하지만 부정한 시스템과 눈앞의 기회, 그리고 압박 속에서 ‘윤리’보다 ‘현실’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은 관객에게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이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영화는 유혹을 실감 나게 묘사합니다.

번호표는 그런 일현에게 현실의 어두운 진실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유지태 배우는 무표정 속에서 미묘한 표정을 유지하며, 유혹자이자 조종자로서의 면모를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그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관객의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리며, 일현이 한 발짝씩 선을 넘게 만드는 데 큰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극중 조일현이 잘못을 인지하고 번호표와 대치중

지금의 현실과 닮아 있다

2025년 현재, 영화 〈돈〉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한 추억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사회가 영화 속과 더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빠르게 성공하길 원하고, 금융 투자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졌으며,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흐릿해진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유혹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돈〉은 그런 시대를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락 영화가 아니라, 오늘날 많은 청춘들이 처한 가치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삶의 목적을 잃고, 생존과 성공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현실 말입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일현이 내리는 결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보다, 돈을 버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법을 어긴 성공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진실입니다.

 

당신은 어느 선까지 갈 수 있습니까?

〈돈〉은 화려한 주식 그래프와 증권가의 생리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결국,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유혹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빠르게 벌 수 있는 돈은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줍니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단지 한 편의 범죄 영화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아마도 이럴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디까지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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